안녕하세요. 한방내과전문의 윤경민입니다.
“별일도 없는데 자꾸 가슴이 두근거려요.”
“머릿속에서 걱정이 떠나질 않아요.”
“잠을 자려고 누우면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집니다.”
불안 증상으로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입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하거나 걱정하는 것은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지요.
하지만 특별한 위험이 없는데도 계속 불안하고, 그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소화까지 안 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뇌와 자율신경계가 지속적으로 긴장된 상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불안장애가 생기면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 뇌에는 위험을 빠르게 감지하고 공포 반응에 관여하는 편도체(amygdala)라는 영역이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편도체가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경보장치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작은 신체 변화나 사소한 걱정에도 뇌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몸 전체가 긴장하게 됩니다.
불안장애에는 편도체뿐 아니라 전전두엽을 비롯한 여러 뇌 영역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불안장애를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2. 가슴 두근거림부터 소화불량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불안이 오래 지속되면 마음뿐 아니라 몸에서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슴 두근거림과 답답함입니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맥박이 빨라지고, 숨을 충분히 쉬고 있는데도 숨이 막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목과 어깨가 항상 굳어 있고 두통이나 어지럼증, 손발 저림이 반복되는 분도 있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식은땀이 나거나 몸이 떨리는 경우도 있지요.
의외로 소화기 증상도 많습니다.
불안할 때마다 속이 메스껍거나 명치가 막히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복통과 설사가 반복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뇌와 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불안이 지속되면 위장관의 움직임과 감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 검사 기계)
3. “생각을 그만해야지” 해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 이유
불안이 심한 분들은 머릿속이 항상 바쁘다고 표현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계속 예상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떠올립니다.
‘혹시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아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정작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쉽게 기억하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거나, 주차한 위치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실제로 기억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불안과 걱정에 주의력이 지나치게 소모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공황발작을 경험했던 분은 ‘또 발작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예기불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몸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인감이나 주변이 현실 같지 않은 비현실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4. 저도 불안을 경험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레지던트 시절 짧지만 불안 증상을 심하게 경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서도 응급실에서 전화가 오면 언제든 내려가야 했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있어도 입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을까 걱정돼 마음 편히 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교수님 앞에 서기만 해도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지속적인 긴장과 수면 부족 속에서 몸과 마음이 제대로 쉬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불안 때문에 가슴이 뛰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환자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불편함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5. 자율신경 상태를 함께 살펴봅니다
불안과 자율신경은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긴장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도 자율신경 반응의 하나입니다.
반대로 이런 신체 증상을 느끼면서 ‘내 몸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라고 걱정하면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불안 → 신체 증상 → 신체 증상에 대한 걱정 → 더 큰 불안
이런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저희 한의원에서는 자율신경 검사를 통해 현재 몸의 긴장 상태와 자율신경의 균형을 참고하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함께 종합적으로 살펴 치료 방향을 정하고 있습니다.
검사 수치 하나만으로 불안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몸이 얼마나 긴장되어 있는지 이해하는 보조적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6. 침과 한약 치료는 어떻게 진행할까요?
불안 증상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약과 침 치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약은 불안이라는 한 가지 증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면, 소화, 심계, 피로감, 열감이나 냉감 등 함께 나타나는 신체 상태를 고려하여 처방합니다.
침 치료에서는 신문(神門), 내관(內關)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 경혈을 활용합니다.
치료 후 “가슴이 조금 편안해졌다”, “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하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안 증상이 장기간 반복되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가슴 두근거림이나 불면으로 시작했더라도 반복되는 불안을 계속 두려워하다 보면 ‘불안해지는 것 자체가 두려운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장애는 마음과 몸을 따로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질환입니다.
가슴 두근거림, 불면, 소화불량, 근육 긴장처럼 몸이 보내는 신호와 끊임없는 걱정과 예기불안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불안을 억지로 참는 것보다는 지금 내 몸이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 한방내과전문의 윤경민이었습니다.
